≪이상한 나라의 거짓말≫ 사진, 글 : 이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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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강희

이상한 나라의 거짓말. 사진, 글 : 이강희

# 거짓말.

보일러에게 [외출중]이라 거짓말을 했다.
모니터를 면전에 두고 [자리비움]이라고 메신저를 속였다.
[운전중]이라며 Time지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판다는 텔레마케터에게 거짓말을 했다.
일주일 후에 그녀의 전화를 다시 받았을때는 [식사중]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작년에도 전화를 했었다는 거짓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에 미안해져
30분이 넘게 통화를 했다.
내가 동생이라는 것까지 알아내고. 대학로 피쉬앤그릴의 안주가 맛있다는 이야기까지
오간후 '수진'이라는 이름까지 알려준 그녀에게서 결국 책을 사지는 않았다.

수진은 일주일 후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지만. 일주일 후 전화는 없었다.

명동의 갑작스러운 약속.
문을 나서며. 벌써 전철을 탔으니 금방 갈거라 거짓말을 했다.
독촉전화가 왔을때는. 여섯정거장이나 남았지마는.
세정거장밖에 남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금방 돌아올게. TV 틀어줄게 심심해도 조금 기다려. 하고 말했다.
난 그날 집에 들어가지 않았고. [금방]은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명수는 더이상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망도 없다. 없길 바란다.

200m 앞에 두고. 보고싶지만 친구들과 있으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라고 했다.
나도 친구들과 있어 즐거우니. 꼭 오늘 보지 않아도 된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한개도 즐겁지 않았고. 다시 연락할게. 연락할게. 그 연락만 계속 기다렸다.

# 4F

 21세기의 거대조류를 예측한 십여년전의 학생과학 아니.
과학동아틱한 책한권이 생각났다.
미래는 Fiction. Fashion. Feeling. Femininity. 의 4F 시대가 되리라는 예언이었다.
그 책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죄와 타락을 뜻하는. Fall 이 있었다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나의 21은 Fun 했으면 좋겠다.

 


 # Bye my sonata.

 그런데. 나의 차는 폐차되었다. 폐차시켰다.
아저씨는. 내 눈앞에서 차 유리를 깨부시고.
두꺼운 체인을 걸어 하늘로 들어올렸다.
사랑하던 햄스터를 눈앞에서 부검하는 그런 뉘앙스였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아저씨가 서류를 받아들고 떠나기전. 아저씨 잠깐 올라가서 와이퍼 하나만 뺄게요.
아저씨는 별일이야. 눈빛으로 귀찮은듯 빨리 하라 그랬고.
난 녀석의 머리카락 하나를 간직하다.

 



# 니나.

 처음으로 전투화를 신고. 군번을 부여받았던 그 시절.
내무실 구석에 쳐박혀있던 '마음의 양식' 같은 소책자였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화자의 친구되는 분의 여자친구는.
이상한 나라의 폴에 나오는 니나를 닮아. 모두가 그아이를 니나라고 불렀다는
그 내용은 이상하게도 계절이 다서여섯번 바뀐지금에도 선명하다.
자질구레한 기억과 사소한 뉘앙스 들의 변형이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의 내부에 축적되어,
그리하여 어느 날 정말 혁명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
누나가 잘못발음된 니나일지도 니나노의 니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종로의 열두명 남짓 앉아있던, 작은극장에서 처음만난 그 작은 여자아이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확신'이라는게 들었다. 나는. 하지만.

 

나의 니나가 되어달라고. Nobody does it better.

손을 잡아달라고. Baby you're the best.

사랑한다고. Darlin' you're the best.

당신이 나의 니나라고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못했다. OH, my hesitation.

 

그런데 니나가 말했다.

날쎄고 용감하지 않아도 돼. 아무려면 어때.
니가 나의 폴이라고 . 말했다.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도 이상한 나라도 아니었다.
홍대의 사거리에 있는 흔해빠진 빈대떡집 앞에서였다.

나는. 이제 나 먼저 들어갈게. 거짓말. 형들을 만나 란제리바에 가지 않고.
계란후라이에 소금을 넣지 않게 되었다.

내 나이 스무넷. 겨울이 끝나가던 2006년의 1월이었고.
명수는. 이제 곧 세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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