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야근일지≫ by 리코·Ricoh GX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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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이 시작된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4일째이니 기억이 안날리가 없다. 혼자 감상에 젖어 말이 헛나왔다. 사무실에 혼자 노랑불 켜놓고 가로수길의 혹은 삼청동 지하의 어느 바나 까페 흉내를 내고 있다. 집에서 미러볼을 가져와야겠다. 어차피 집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많다. 앱솔루트와 얼음, 토닉워터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아니 카스레드라도 좋다. 하지만 아직 좀 춥다. 아 그런데, 왜 나는 이 곳에 혼자있는걸까..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구는 커녕 논현동은 구할 수 있을까. 정말 나밖에 없는걸까. 자꾸 나머지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 느낌이 들어 자괴감이 든다. 아무도 나와 업무협조나 요청사항 따위는 없단 말인가... 그때였다 !! 복도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그 발소리는 마치 까다로운 손님의 재촉전화를 두번이나 받은 도미노 피자의 배달원 같았는데...
한편 사내의 다른 사무실, 내 예상은 여지 없이 틀려버렸다. 바로 도미노가 아닌 피자헛 배달원이었다. 카드결제기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부리나케 계단을 내려가는 피자 배달원을 뒤로. 저 화사한 분위기와 피자냄새에 나는 망연자실해졌다. 저 화사한 그린컬러와 밝은 조명, 여직원들의 까르르하는 웃음 소리. '피자 드시고 가세요~ '하는 요청에 '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국방부 보안 네트워크에 지금 막 침투 성공했거든요' 하고 나와버렸다. 언젠가 녀석이 아버지에게서 선물받은 미제 로보트를 학교에 들고온날 여러 순서가 돌아간 후 '너도 해볼래?' 하고 물었을때 '싫어!' 하며 뿌리쳤던 기억이 났다. 갑자기 그 은색 로보트가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 거대해진 로보트의 그림자가 나를 덮으며 사방이 어둠에 잠기고 .... 윙윙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샌가 알아들을 수 없는 노이즈가 되어버렸다. 미국출장이 잦았던 아버지가 사다주는 선물이 최고의 자랑거리였던 그 녀석의 얇은 입술이 움직이며 갸냘프고 기분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해볼래.
너도 해볼래.
너도 해볼래.
너도 해볼래.
너도 해볼래.
너도 야근 해볼래.
너도 야근 해볼래.
너도 해볼래 .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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