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Sunday Black Sunday≫ 2008년 4월27일
사진글 ≪Sunday Black Sunday≫ 2008년 4월27일
국회봉쇄는 결국 실패했다.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고취되었던 팀원들을 총선 결과 발표후에도 나와 함께 하자고 하기엔 너무 설득력이 없었다. Yann tierson 을 듣고있다. 그의 피아노는 템포가 느린 곡에서도 무언가 쫒기는 느낌이 든다. 눈앞의 평온함 앞에서도 다가올 무언가에 조바심을 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금요일에 이태원에 스쿠터를 놓고왔다. 어제나 오늘 다시 찾아왔어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금요일의 양고기 케밥과 분타로의 아게다시는 충분히 맛이 있었다. 이번 주말에는 반드시 네개의 캔바스에 닥스훈트 두마리와 고양이 두마리의 픽토그램을 그려넣으려 했는데 손도 못대고 있다. 창고에서 캔버스를 꺼내놓은지 벌써 3주가 지났다. 나는 머리속에 그린 스텐실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까봐 겁이나서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런적은 드문데도 말이다. *그는 이강희,명수 사진은 수
무언가 시작하려 할때.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강박관념같은 것이 있다. 사진을 찍을때에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때에도. 말이다. 크게 잘못되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매번 그러한 생각들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명수와 나무는 이미 단어 몇가지로 수식해버리기에는 어려운 그 어떤 관계를 형성해버렸다. 다만 똑같은 닥스훈트인데 털색깔과 몸집이 다르고 태어난 년도가 다른 것이 아니라. 고양이들과의 관계, 새로사온 강아지용 소파에 대한 자세, 신발을 물어뜯다 들켰을때의 대처방법 등 말하자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학교때는 전철을 타고 한시간을 움직여 홍대에 가곤 했는데, 이제는 횡단보도 하나 건너기도 싫다. 싫은건지 귀찮은건지. 그냥 이 올리브색 소파가 좋다. 그래도 오늘은 느지막히 2만원 정도 들고 놀이터가 있는 쪽으로 올라가봐야 겠다. 예쁜 촛불잔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고 버들골의 빨간안주와 소주가 먹고싶을지도 모르겠다. 해가 져버렸는데 카메라를 들고 나갈 필요가 있을까. 예전에는 이런 고민은 없었는데, 아냐. 꼭 빈손으로 나가면, 그 어느순간에 카메라 없음에 아쉽더라.
아까 산책다녀온 명수랑 나무 목끈을 아직도 안풀러주었다. 모두 올리브 소파위에 엉켜서 자고 있다. 고양이들은 네시간째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 겨울옷을 옷장위에 올리고 여름 티셔츠들을 옷장안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일주일간 싸인 플라스틱 PET 들과 캔들을 내려놓기위해 분류해서 모아놓았고, 전선위에 뭉쳐있는 고양이털들도 진공청소기로 말끔히 제거했다. 마당을 가로질로 맞은편 건물에 허락없이 몰래 올라가 녹색 권태가 찾아온 집 사진도 찍었고 flickr 에 사진도 올렸다. 계좌를 정리하고 다이어리에 다음주에 할일도 간단히 정리했으며, 발코니에서 녹이 슬던 후까(물담배) 도 집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작년겨울에 얼어 죽은줄 알았던 풍로초 화분에 작은 녹색이 올라와 있었다. 죽어버린 풀위에 계속 물을 주었는데 반응하였는지 너무 기뻤다. 화분을 해가 잘드는 양지로 옮기고 맥주 10cc와 풀무원 맑은 샘물 50cc를 주었다. 가야금을 잘 치는 우리엄마가 방문해서 보시고는 그동안 관리 잘해왔다며 칭찬해주실 것이다. 어쩄든 난 많은 일을 했다. 반면 녀석들은 지붕위에서 햇빛을 쪼이고, 물고, 지나가는 고양이들에게 짖고. 셍산적인 그 어떤일도 하지 않았는데 . 지금은 눈을 감고 골골골 모두 자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 어제는 일본 소설작가 동호회 회원분의 요청으로 kyoko 라는 영화를 공유해드렸다. 그분은 '감격'이라는 단어를 쓰시면서 너무 기쁘다며, 술을 사주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종로에 가서 막걸리와 고갈비를 사달라고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메신저로 친한 사람이라도 선뜻 id, 닉네임이 아닌 현실에서 그를 만나는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굵은 소금에 고갈비를 다먹으면 도토리묵도 시켜야지. 그 분은 외로운 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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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윗 사진. 뭔가 낭패감이 절절히 느껴지는 사진인데요?:) 속절없이 주인 옆에 서 있는 닥스훈트까지! 멋진 사진입니다요!
멋진 포토그래퍼 덕분이에요! 다시보니 정말 절절하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