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그때였다 ≫ 2005 by PhoneCa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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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그때였다 ≫  by PhoneCamera

 

*어렸을때 글 참 많이 썼다. 기억의 단편들과 어디서 주워온지도 모르겠을 묘사와 표현들. 첨단 Canon 의 DSLR 을 두고 핸드폰카메라로 찍은 160x120px 와 아무렇게나 끄적였던 그 사진글들이 요즘 나의 유일한 낙이다. 요즘 커뮤니티, 까페에 대상도 없이 흘리듯 적어놓았던 글들을 블로그로 옮기고 있다. 읽어보지도 않는다. 옮기면서 드는 생각은. 나 참 외롭고 한가했구나..언제 다 읽어보나.. "다시본 글 참 지루하고길다. 까보면 별로 길지도 않은데.

 

08:30 전혀 낯선 방에서 눈을 떴다. 이사온지 얼마지 않았는지 군데군데 정리되지 않은 박스가 있었고 매부리 코 여자가 부산히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안경이 없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일어났어? 니나는 일곱시에 나갔어.' 그녀는 우유가 담긴 기인 컵을 건네며 말했다. 다행히 둘만 있었던건 아닌것 같았다. 니나라니. 여자아이의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책상위에 열쇠가 있다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부츠를 신으며 온수를 쓰려면 보일러를 어떻게 조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귀기울여 듣지 못했다. 나는 당황스러워 그녀가 하는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는데.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물었어야 했다. 매부리 코는 나가버렸다.    

방에는 여자옷만 가득했고 열쇠와 보일러 이야기로 보아 여기는 내 집이 아니다. 그녀가 누군지 또 나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사진이나 책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를 켰지만.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다시 꺼버렸다. (이상하다.) 핸드폰이 있다. 내꺼다.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나는 전자제품은 실버를 좋아한다. 시계가 있다. 오래 되어 보이는 오메가다. 내꺼다. 확신은 없지만. 여자용 시계는 아니다. 쇠사슬이 달린. 검은색 나이키 지갑이 있다. 만원이 한장 들어있다. 내것이 아니다. 돈이 이렇게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내꺼다. 혹시 여러장의 명함이 있다면 그것이 내것일것 같다.  하지만 두장이상의 명함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위에 있는 명함은 롯데건설의 명함이었는데. 그 명함의 이름은 왠지 내 이름이 아닌것 같았다. 아마 가장 최근에 만난 사람인가보다. 명함에 구김도 없고 깨끗하다. 몇개의 명함이 더 있었는데. 기자.

웹팀. A/R 2팀. 다양하다. 레코드사의 A/R 2팀은 무얼하는 곳이지. 나는 대학생인가. 그리고 선배들의 명함인가. 검은색 가방이 있었다. 안에는 워크맨과 호밀밭의 파수꾼. 라이터 두개. 열쇠 꾸러미. 청첩장이 하나들어있다. 청첩장의 신랑이름은 지갑속의 명함과 같은 이름이다.  어떤게 나의 외투인지 알 수 없다. 남자옷으로 보이는 쟈켓은 하나 걸려있었는데. 입어보니 어딘가 촌스럽고 어색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남자옷은 이것 하나고 어제 내가 입고온게 분명하다. 거울이 없다. 보라색 셔츠에 하얀색 쟈켓이라니. 나한테 실망했다. 화장실에 가서 뜨거운물이 나오지 않아. 보일러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은걸 후회했다.      

 

  집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전철역을 찾아야 한다. 길을 걸으며. 핸드폰안의 자기번호 보기를 눌러 내 번호를 확인했다. 메세지들을 읽었다. 아 나는 어제 종각역 3번출구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명함의 그 이름이다. 다른 메세지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 특히 세수하면서 기도했는데 이게 모냐는.  메세지는 내가 나한테 보낸 메세지다. (이상하다.)  '나쁜자식 그 죄로 장봐와. 밥먹게'라는 메세지를 보고 반가웠다. 가족이거나. 여자친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무언가 죄를 지었나보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엄마라고 하기엔 너무 젊은 여자의 목소리다. '어 왜.' (차갑다) 당신은 누구세요? '아침부터 또 장난질이야.' 나는 누구죠? '닥쳐 끊어'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엄마도. 여자친구도 아니다. 그리고 나를 싫어한다. 부재중 전화에 회장님이라고 되어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하셨었죠.  '아 주말에 부모님 오시니까. 알고 있으라고' (가족이다. 그런데 왜 회장님이라고 해놓았을까.) 당신은 제 친형인가요. '그럼 친언니냐?' (형이확실하다.) 형. 이름이 뭐야? '현.빈.이다' 무슨현빈? '그냥현빈'(아. 난 현氏 구나.) '일요일에 봐. ' 응.  '어제 산뜻했냐'는 메세지가 도착했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쓸데없는걸 묻지않고 만나봐야 겠다고 생각했고 점심을 사주겠다 했다. 왠일이라는 물음표와 함께 점심시간이 12:30 이니 신당으로 오라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또 한명에게 전화를 했다. 그대신 니가 강변역으로 와야된다는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고 약속을 잡았다. 무얼 대신하는거지.

 

 긴 파마머리의 그녀는 만나자 마자 자연스레 팔짱을 꼈고 나는 놀랐다. 어제는 어땠냐고 물어. 나는 그냥 괜찮았다고 말했고 그녀는 실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밥을 먹으며 니나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니나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우리 형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건.희. 아니냐고 했다. 나는 현빈이 아니냐고 되물었고. 그녀는 목젖이 보일정도로 깔깔깔 웃었다. '이봐 현빈동생 원빈씨. 아파?' (난 아프지 않다.) 현빈은 누구냐고 물었다. 요즘 잘나가는 배우라고 했다. 우리형은 회장님이냐고 물었다. 삼성을 가지고 계시다고 했는데. 그 표정을 보니 그녀는 지금 장난을 치고 있다. 넌 내 여자친구니? 하고 물었다. 그럼 내가 니 남자친구냐고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연인이나 그런걸 물어본거라고 다시 물었다. 이번엔 대답대신 '오늘은 약 안먹었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무슨뜻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자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오빠. 라고 하길레. 내가 오빠냐고 물었다. 그런데 왜 나한테. 너는. 니가. 라고 하느냐 물었다. 파마머리는 그 말에는 대답도 하지않고 내가 오늘 좀 이상하다며 내 엉덩이를 두번인가 두드려주고는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희미한 기억속에 그녀가 중동에서 살다왔다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_-;)

 

 강변역. 난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목도리를 다시매고 있는 그녀는 좀처럼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는데. 묘한 친밀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삼성역에 가자했다. 왜라는 물음에. 오늘부터 디자인코리아 2005 한다고 얘기한 사람이 누구냐고 이야기했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자고했다. 왠일이냐며 발길을 옮기는 그녀는 내 손을잡거나 팔짱을 끼진 않았다. 그녀는 왜 갑자기 하얀쟈켓이냐며 시드와 낸시를 보고는 게리올드만이 마이웨이를 부를때의 그것을 흉내낸게 아니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의 제목이다. 알 수있다.) 영화를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아니라고 대답했다. 가끔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또 무슨 소리냐는 반문이 오는걸 보니. 난 실없는 농담을 자주 하는 사람이다. 내가 평소에 주민등록증이나 ID카드같은걸 가지고 다니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지갑 깊숙이 넣어다니지 않느냐했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지갑을 꺼내 뒤져보니 안쪽에 주머니가 하나 더있다. 운전면허증이 나왔다. 내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가 적혀있다. 나이가 배재된 만남은 그 어떤것들을 벗어던지고 사람:사람으로 만나는것 같아 좋지만 나는 그녀에게 내가 오빠냐고 묻고 말았다. 나더러 또 개긴단다. (누나다.) 우리집에 와 본적이 있냐 물었고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찾아가는지 이야기해보라고 퀴즈를 내듯이 물었다. 제발 장난 치지말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지하철역에서 가까워 찾기가 쉬운듯 했고.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기억했다. 집에 가야 되니까.

 

 난 아까했던 질문을 또 하고 말았다. 누난 내 여자친구야? 대답이 없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녀가 대답했다. '그랬던 적도 있지.' (실수했다.) 그런데 왜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도 있는걸까. 헤어진지 오래되버린걸까. (알 수가 없다.) 아니면 말고 심정으로 물었다. 아 그건 어떻게 됐어? '시안 들어가고 아직 연락이 없네..' 아 무슨 이야기일까. 일에 대한 이야기인가. 그녀는 화제를 바꾸고 싶었는지. 경남인 잘 지내? 하고 물었다.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그렇다고 대답했다. 명수 밥은 주고 왔냐는. 물음에 나는 응 하고 대충 말하고는 겁이 나버렸다. 그녀는 거짓말 하지 말라며 빵점아빠라고 웃었는데. 난 유부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누군가에대해 알고싶을때 가장 쉬운 방법이 무엇일까 라는 혼잣말같은 질문에. 검색엔진에서 이름만 쳐도 여러가지가 드러나는데다 태어난 년도와 이름만 알면 싸이월드를 찾을 수 있잖아. 현대사회의 스토킹이지. 일촌공개라는 방패가 있지만 말야.  나도 싸이월드라는게 있냐는 이상한 질문에 그걸 왜 나한테 묻냐고. 없앴냐고 반문해왔다. 그걸 정말 모르냐고 일촌에 대한 개념설명을 5분인가 듣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의 일촌인가요. 지금은 아니지. (그건 너무 슬픈일.) 그녀는 목도리에 녹색 기린장식을 달고 있었는데 그것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내가 사준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묻지 않았다.

 

 우리집에 가는법을 떠올리며 집으로 향했다. 당연한 일인데도 가방속의 열쇠가 맞는 집을 찾은게 신기했다. 아무도 없었다. 컴퓨터를 켜고 책상앞에 앉았는데. 이불속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이불이 두꺼워 나는 누군가 자고있는걸로 착각하고는 놀랐다. 부분적으로 움직이던 이불끝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건 검은색 강아지였다. 난 물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이불을 들췄는데. 허리가 긴 조그만 강아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를 보고 반가워하거나 꼬리를 흔들지 않는게. 내가 잠깐 봐주고 있는 개라고 생각했다. 강아지는 별거 없다는 듯이 이내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버려 괘씸했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방한구석에 전기기타가 하나있었는데. 난 연주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스토리를 잊는다 해서 손이.몸이 기억하고 있는것 까지 잊는건 아니다. 앰프도 두개나 보이는데. 나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를 들고 침대에 앉았다. 아 역시. 손에 남아있는 리프들이 몇개있다. 이것저것 손이 가는대로 기타를 쳤는데. 꽤 많이 알고 있었다. 아 그런데 . 실력이 형편없다. 나는 기타를 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 하지만.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처럼 연주는 형편없지만 밴드의 상징이나 아이콘같은 그런 연주자는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마는 그도 아닌것 같았다. 아. 아까 그녀가 이야기한 시드와 낸시라는 영화는 섹스피스톨즈의 시드가 아닐까.

 

 아 싸이월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해내려고 30분을 끙끙댔지만 포기했다. 회원찾기. 주민등록증에 있는 나의 생년과 이름을 적어넣으니. 꽤많은 사람이 검색되었다.  또 다시 20분여 시간을 끙끙하여 나를 찾아냈다. 이런 제기랄. 내 사진만 모아놓은 폴더의 가장 최근사진은 아이를 안고있는 사진이다. 역시 난 유부남이었나보다.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아내사진은 없다. 유부남에 이혼남이면 정말 큰일이다. 활명수라는 폴더를 보니 강아지 사진만 있다. 아. 명수는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였구나. 이불속에 자던놈을 꺼내 목걸이에 적혀있는걸 보니. 내 핸드폰 번호와. 명수. 라고 적혀있다. 다행이다.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낄낄대고 있었는데. 한소정이라는 이름으로 메세지가 들어왔다. '아침에 얼굴도 못보고 나왔네. 난 벌써 난쏘공.' (매부리코가 이야기한 니나인것 같으다.) 답메세지를 보내지 않고 다시 사진구경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니나다. 조금 일찍 나올수 없겠냐고 물었다. 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약속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난쏘공이 어디냐고 물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다. '아. 와본적 없나?' 보글보글 자세히 설명해주는 전화너머 목소리를 들으며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어서 만나고 싶어졌다. 옷장에서 옷을꺼내 갈아입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상하게도 4호선의 플랫폼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고. 내가 올라탄 당고개행 열차안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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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만 잠긴다는 것은 피로의 증거이고 전진하는 기력이 상실된 증거이기도 하다. was the previous entry in thi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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